블라디보스톡마라톤대회 참가기(2019.9.28)

(들머리)

9월말,블라디보스톡 바닷가 주로의 공기는 뭉클하고 서늘하고 알싸하다.

몸과 정신의 어디에도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피안의 세계 그리고 무아지경.

마라토너인 우리들은 그것을 "하이 파이브"라고 부른다.

온몸에 녹아 들어오는 찰나의 순간을 위하여 오늘은 무대를 블라디보스톡으로 옮긴다.

(대회측 제공사진)


(루스키대교,펌 사진)



날씨:16/21도 구름후 맑음.2~3ms

기록:4:51:52(배번 247),순위263위,60대이상 연대별 16위.

 

(세부일정)

04:30    기상

06:10   출발지 도착

08;00  스타트.


풀코스도.

루스키 대교를 건넌 지점에서 출발하여 러시아극동대학교와 오션파크를 지나 

시외곽으로 나간 다음 다시 루스키 대교와 금각교를 거쳐 중앙광장으로

돌아 오는 코스다.그래서 대회의 주제가 "런 어크로스 브릿지"다.



수마클 수백회에서 5인의 건달(건강달림이)이 풀코스에 참가하였다.

 중앙광장에 도착하면 여기서 풀코스 스타트 지점까지 대회 셔틀버스로 이동하여

출발 2시간전에 내려준다.이른 아침이라 날씨가 쌀쌀하여 대기천막에서

몸을 녹이면서 짧은 언어실력으로 통성명도 하고 담소도 나누면서 시간을 때운다.

의사소통에는 구글번역기도 이제 한몫을 한다.


 

세상이 참으로 좁고 그로벌화 되어있다.

이친구는 내년에 구리 철인3종 경기에 출전한다면서 이경기의 앱을 내게 보여준다.

마라톤의 매력은 초면이라도 바로 10년지기 처럼 친해질 수 있다.

사진의 기본폼이 가위찟기이고 우리는 하트이다.

왜 이렇게 하는지 무슨 뜻인지 서로 설명을 못한다.

 


우리는 여전히 멋있고 우리의 늙음은 편안해 보이기를 원한다.

우리는 생이 끝나는 날까지 자유,낭만,희망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고 싶다.

우리의 남은 생애는 아주 풍요롭지도 초라하지도 않게 살고 싶다.

절대 뽀샆 아니고 어쩌다 레알임.~ㅋ ㅋ ㅋ


풀,하프,10k의 출발지점이 모두 다르다.

휴식용 대기텐트에서 아침의 한기를 피하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나타낸다.


상금이 적어서 그런지 엘리트선수는 별로 많이 눈에 띠지 않는다.

1위 최고기록 (2시간22분).

마스터스참가 외국인도 중국,우리나라,일본인이 대부분이다.


8시 출발.

구름낀 날씨에 출발은 음산하지만 바람이 좋고 기온이 쾌적하다. 

이대회는 5km 구간별/36분의 컷오프로 회수차를 운용한다.

일견 암것도 아니 것 같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오르막내리막 코스를

달리면서 왜 이대회는 제한시간이 5시간30분이고 구간별로 컷오프하는 이유를

알게된다.

도로를 완전히 차단하고 뛰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다는 생각도 이유의 하나다.

강신오님은 스타트부터 치고 나가고 수백회 4인방은 설렁설렁 천천히 달려서

35분30초에 통과한다.

"기록을 내려 놓으면 풍광이 보인다"  해외대회에서 달릴 때의 철칙이다. 

여기에 플러스해서  풍광+사람들이 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다시 10k 구간에 왔다.하프의 출발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포함하여 많은 하프주자들이 반겨준다.

이번 5키로구간은 30분19초에 통과한다.

5키로당 32분30초를 대회 페이스로 잡아서 10키로 전체로는 맞는

페이스지만 운영상으로는 초반 오버 페이스다.




러시안 미키마우스 걸.


손마담이 몸 풀린 여세를 몰아 15키로 지점을 향하여 힘차게 달려 나간다.

하프만 지나면 코스가 많이 수월하다고 사전에 주로에 대한 정보를

들었는데 후에 알았지만 러시아 사람들에게 속았다.

해안 주로의 특성은 어느나라나 비슷해서 고저가 심하다는 것을 간과한것은 불찰이다. 


21키로,오션파크.멀리 캠핑사이트도 보이고 리조트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잠깐이지만 내리막 경사에서 하프를 지나면서 더욱 여유로움을 맛 볼 수있다.


콧 노래가 흘러 나온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채

고기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있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부속연결 고가대교 까지 포함하면 7키로이고, 다리만 3.1키로의 세계최대의

사장교 루스키 대교는 인구 5천명의 루스키 섬과 인구 62만명의 블라디보스톡

본토를 이어주는 다리다.

블라디보스톡이 러시아의 샌프란시스코라면 루스키대교는 베이 브릿지에 해당된다.

2012년 아펙 정상회담을 앞두고 준공했다는데 엄청난 공사비로 인해서

외국 정상들에게 보여 주기식으로 건설했다고 말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왔노라,보았노라,뛰었노라~

너에게 나를 보낸다.루스키야.

대교를 지탱하는 색색의 로프는 러시아 국기를 상징한다고.

(대회측 제공사진)



31km 지점.

루스키 대교를 지나 3km를 달려오면 풀코스에서 유일하게 P턴을 하는 지점이다.

여기까지는 마라닉의 기분으로 유쾌상쾌로 달려 왔지만 이제는 각자도생을

해야하는 싯점이다.

마침 400M 정도의 내리막 시작지점이라서 심리적으로는 아주 굿이다.


왜 이싯점에서 각자도생을 해야 하는지는 영국의 청소기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이 이렇게 적절하게 말한 바가 있다.

"학창시절 육상선수를 하면서 배운 인내와 결단력이 도움이 됐습니다.

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 속력을 낼 타이밍은 남들이 지쳤을 때 입니다.

마의 구간(32KM)에서 고통의 극한점을 뛰어 넘어야 해요.

제품개발을 할 때도 그렇습니다.아무 것도 안되는 순간을 맞닥뜨릴 때가 있어요.

대부분 포기할 싯점입니다.

그지점에서 정말 열심히 하면 뭔가가 일어날 겁니다"



누구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운 스퍼트 페이스는 고작 6분20/Km 였고,그구간도

금각교에 훨씬 못미친 겨우 31~34km 구간으로 3km를 달렸을 뿐이다.

'내가 이럴려고 동반주하던 동료들을 떨쳐 버렸나?'라는 자괘감이 든다.

 

수없이 걸으면서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자문자답이 이어지고

성찰의 시간을 갖는다.

달리는 의사이자 철학자인 조지 쉬헌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달리기 선수는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다.

자기 안에서 가장 완벽한 것을 찾았으니."라고.

 아직도 자신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나와 줄다리기를 하고있다.

덜 여문 개똥철학이 사람 잡는다.

가장 싸우기 힘든 상대는 바로 나 자신인 것 같다.


34키로 이후부터는 금각교까지 거의 정신줄을 놓았다가 38km 오니 

비로소 도심지로 접어든다. 헥~헥~헥~~~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피니시 라인이 나타나고~

기나 긴 여정의 끝이 마무리된다.

피니시 라인 1.5키로를 남겨 놓고 뜬금없이 물을 주더니,피니시 라인에서는

달랑 오렌지와 메달만 걸어준다.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활동 중심지였던 이곳에서 순국선열들을 생각하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태극기를 흔들어 본다.



 

이번대회가 3회째인데 2회때 삼성에서 스폰서를 하면서 부터 제공하는 티셔츠의 디자인과

 메달등 각종 용품의 레벨이 대폭 격상되었다는 현지인들의 촌평이다.

모스코바에서는 현대자동차가,블라디보스톡에서는 삼성과 엘지가 우리나라의

자존감을 높혀주고 긍지를 심어준다.

대회 이벤트로 동원된 러시안 페인팅 걸은 특유의 야성과 매력을 물씬 풍긴다.

  밀착형(?)으로 포즈를 취해준다.


여행의 만족도는 그지방 특산물에 포커스를 맞춘 식도락이 70%를 차지한다.

이번 마라톤여행의 핵심은 킹 클랩이고 블라디보스톡마라톤 참가의

주된 목적도 킹 클랩이다.

러시아에서는 킹클랩을 잡자마자 배에서 삶아서 냉동 시킨 다음에

유통하며 음식점에서는 이를 사다가 12시간 동안 서서히 해동과 찜으로

조리한다.그래서 반드시 하루전에 주문해야 먹을 수있다고 한다.


보드카 두병이 눈 깜짝할 시간에 바닥난다.

전통 사우나를 가기 위해서 모두 자리를 떠난 뒤에도 우리만 남아서 킹클랩을

추가로 주문하고 보드카도 한병을 더 마신다.

 

러시아는 밤문화가 우리처럼 익숙치 않아서 거의 모든 영업이 9시면 끝난다.

결국 여사장이 와서 "드실만치 드셨지 않느냐"는 퇴실 권유를 받기에

이르러 서야 할 수없이 자리를 호텔로 옮기게 된다.


블라디보스톡의 밤은 적막감과 함께 깊은 어둠의 나락으로 빠져 들어간다.

취기 때문인지 가로등 불빛도 흔들린다.

목적지를 잃어버린 사람들 같이 우왕좌왕 하다가 호텔에 도착한다.

어려운 숙제를 마치고 잠자리에 누운 학생처럼 침대가 포근하다.

인간이 되기를 꿈꾸며 창밖의 별빛을 헤아리던 피노키오를 떠 올리면서

꿈나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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